마음에 풍요로움을 준 귀농생활 - 솔잎황토방된장 한기진
앞으로 우리 솔잎황토방된장의 명품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많은 고객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확실한 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직한 사람은 위대하다"가 우리집 가훈입니다. 정직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제 글이 귀농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
1973년 군에 입대해서 31여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2004년 10월 삼향읍 임성리에서 귀농생활을 시작하였다. 군대 재직시절에 퇴근 후부대 관사 주변에 버려진 풀밭을 밭으로 일구어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상추, 감자, 고추 등을 재배하여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으면서 농작물 수확에 대한 기쁨을 맛볼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생활이 전원생활을 하게 된 동기가 된 것 같다. 또한, 1986년부터 종가집이던 처갓집의 영향으로 된장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장을 담구고 가까운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그 장맛을 모두가 “일품이다”라고 칭송하였다. 이것이 지금 솔잎황토방된장의 시초가 되었다.
황토집을 짓고 솔잎된장 개발
전역하기 1년전부터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아내의 내조로 삼향읍 임성리 저수지부근 솔밭을 구입하였다. 집은 전역 전 사회적응기간에서 흙집 짓는 법을 배워 2년여간에 걸쳐 동호인들의 도움과 가족이 함께 황토집을 지었고, 된장을 만들기 위한 창고와 메주 건조장도 지었다. 그리고 집주변에는 30여종의 과일나무도 심었다. 하지만 비용 절약을 위해 직접 짓는 작업은 상당히 힘들고 어려웠다. 솥밭에 집을 지으면서 솔잎향기에 매료되어 솔잎된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첫 해에 콩 4가마로 된장을 만들어 알음알음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이나서 3개월만에 다 판매하는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판매된 솔잎된장이 맛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행복감과 더불어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많은 분들과의 인연으로 자리를 잡다
2년차 콩 15가마 된장을 생산해 놓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입소문으로 파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어떻게 해야 다 팔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큰 업체들은 모두 홈페이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을 했다. 홈페이지 제작사에 자문을 구하니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서울에서 컴퓨터 학원장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어떤 방법이 없을까? 물으니 동생이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2005년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홈페이지의 황토방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황토집 전경을 보시고 좋은 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황토방이 비염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친정어머니가 비염으로 고생하시는데 황토방에서 며칠 쉬어가면 안되겠냐는 글을 남긴 효심 깊은 따님의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글이 계기가 되어 황토방에서 며칠 가족같이 생활하신 서울 아주머니와의 인연으로 그 분의 따님이 많은 분들에게 된장을 홍보하여 고객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아내의 친구가 방송국 PD를 소개해 주어 솔잎황토방된장이 2007년 4월 18일 KBS의 6시 내고향에 방영되면서 너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방송이 나간 뒤 KBS2 무한지대Q, SBS 고향이 보인다, 생방송 투데이에서 방송촬영 요청이 들어와 전국적으로 소개되면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어 지방방송에도 소개되었는데 그중 KBC(광주방송), JTV(전주방송)에 TV에세이 고향사람들 프로가 호남권에 방영되면서 “진실되고 고향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면서 많은 분들이 된장을 주문하기도 하고 직접 방문하기도 하면서 고정 고객 또한 증가하였다. 특히,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행복한 전원생활.... 우린 이렇게 살아요, 욕심을 버렸기에 끼니걱정 안하고 살아요”가 게재되면서 솔잎황토방된장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성의 맛 황토방된장
어떤 사람이 보물을 방치하고 관리하지 않겠습니까? 새차를 구입하면 정기적으로 정비를 해야 고장을 방지하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듯이, 우린 장독대를 보물창고로 생각하고 비가 올 때는 항아리 뚜껑이 제대로 덮어져 있는지 확인했고, 또한 2~3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된장항아리를 열어보고 된장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된장과 간장을 담근 후 된장이 익어 갈때에는 날마다 항아리를 열어줘야 하는 정성이 들어갔다.
된장 맛의 비결
- 첫째,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된장은 원재료가 정말 중요합니다. 100% 국산 햇콩을 사용하고, 콩을 잘 선별해야 합니다.
- 둘째, 최소 3년 간수를 뺀 국산천일염을 사용합니다. 된장 맛은 콩도 중요하지만 소금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꼭 3년이상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을 사용해야 된장에 쓴맛이 없습니다.
- 셋째, 무안 황토골의 지장수를 사용합니다. 전국에 황토가 좋은 곳이 많겠지만 흙집 짓는 동호인들은 무안의 황토가 최고라고 합니다. 걸러지는 지하수 그리고 주위 오염원이 전혀 없어 매년 수질검사를 하면 약수보다 더 좋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 황토골의 지장수로 된장을 만들기에 최고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음식의 기본은 물이지요
- 넷째, 전통재래식 방법으로 만듭니다. 된장 담그는 메주는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콩을 삶아 절구통에서 빻아 메주를 만들고 저농약이나 친환경으로 농사 지은 짚단을 사용 메주를 매달아 소나무숲에서 말립니다. 또 말린 메주를 띄우는 것은 황토방에 장작불을 지펴서 하고, 장을 담글 때는 소금물을 미리 타서 윗부분의 깨끗한 소금물을 사용하며 된장이 익어가는 항아리를 하얀천으로 감싸놓고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합니다. 이런 작업들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때가 가장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 다섯째, 최상의 환경만이 좋은 된장을 만듭니다. 농지와 큰 도로가 떨어져 있어야 하고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양지 바른 곳, 그리고 소나무 숲속이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농지와 도로가 가까우면 절대 좋은 된장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여섯째, 정성으로 만듭니다. 내식구, 내가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정성을 다하여 만들면 질 좋은 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 여섯 가지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누구나가 최고의 된장을 생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명품으로 자리잡다
2008년 7월 어떤 고객이 집에 오셔서 된장 맛을 보고 전라남도 인증을 받아보라고 조언을 했다. 그래서 행정관서를 방문해서 인증절차를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신청했는데, 규모가 작아서 인증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규모가 연차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득해서 서류를 제출했다. 1차 서류심사 합격 후 2차 현지방문조사에서는 최적의 환경과 된장에 대한 집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해 주셨고, 이후 식품관계자, 교수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3차 상품 평가에서 전라남도 지역명품의 상표를 3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라남도 지역명품으로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을 용기, 박스, 전단지, 명함 등에 활용하였으며, 또한 단순히 인증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솔잎황토방된장의 상품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제1회 콩산업전 된장품평회 최우수상 수상
2008년 10월 광주 남구청에서 개최된 제1회 콩 산업전에서 전통장류 상품전시회에 된장, 한식 간장을 출품했다. 많은 업체들이 전시회와 품평회에 참여했으며 그 중에는 이름 있는 큰 업체들도 있었으나 솔잎황토방된장이 그 맛을 인정받아 최우수 된장으로 농촌진흥청장상을 수상하였다.
홍보활동
처음에는 신문, 전단지를 만들어서 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지역에 신문 전단지 광고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신문전단지는 몇 십장씩 끼워넣기에 잘 보이지도 않았고, 바로 휴지통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축제와 농업박람회 등 행사의 전시 및 시식 코너에 참가하게 되었다. 한자리에서 다른 시군의 우수 상품들과 경쟁을 하게 되고, 또한, 많은 사이버농가들을 만나 서로 애로사항을 얘기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자기들만의 노하우도 하나씩 듣게 되면서 행사장 참가의 효과는 너무나 컸다. 솔잎황토방된장에 대해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 맛을 평가해 주었고, 축제 때 구입했던 고객들은 집으로 찾아오는 등 고객들의 신뢰감은 더욱 더 깊어져 갔다.
정직한 된장, 명품된장을 위해
하나의 인연이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고, 그 하나하나가 모여 이제는 큰 인적네크워크가 만들어졌다. 식구 같은 이웃사촌, 마음을 나눈 든든한 고객님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물2호, 보물3호 등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갈 때마다 행복감을 느꼈다. 앞으로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소비자와의 신뢰를 중시하는 정직한 된장, 명품된장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고 싶다.
귀농·귀촌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조언
실패 사례도 분석해야
귀농해서 성공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 농촌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성공한 사례를 접할 기회는 많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기가 힘들다. 따라서, 귀농에 실패한 사람이 있다면 왜! 어떤 이유로 돌아왔는지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2년 동안은 괜히 시골로 왔나하고 후회도 했지만, 참고 더욱 노력해서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귀농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웃을 가족처럼
부모님이 시골에 계셔서 부모님 하시는 일을 물려받아서 하는 경우는 귀농에 어려움이 별로 없지만 그렇지 않고 도시생활만 하다가 연고가 전혀 없는 곳으로 귀농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기존주민과의 유대관계다. 가끔 보면 이웃주민과의 유대관계가 좋지 않아 되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옛말에 “땅은 백냥을 주고 사면, 이웃은 천냥을 주고 사라”는 말이 있다. 이웃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 귀농한 사람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장(재래시장)에 갈 때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들이든 시장가는 사람이면 농사일하고 흙이 묻은 아저씨든 아주머니든간에 아무거리낌 없이 태우고 가서 시장보고 마을까지 태워드렸다. 모든 분들이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수 있고 장을 볼 수 있어서인지 항상 고맙다고 하시고 언제 어디서든지 먼저 반겼다. 그리고 이웃에 전기, 수도 등의 문제가 생길 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다 해드렸다. 그래서인지 이웃집 할머니는 멀리 있는 아들, 딸보다 낫다고 하시며 딸들이 오면 과일을 가지고 고맙다고 함께 놀러오신다. 내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작은 정성이 이웃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유지해 어려움 없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또한, 2007년 봄날 오전에는 동네 아저씨가 밭에 물을 주기 위해 경운기를 운전하다가 경운기가 저수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차량으로 힘들게 경운기를 견인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아저씨는 감자, 고추 등을 수확하면 우리집에 가져다주셨고, 나는 힘들게 농사지은 것을 그냥 받을 수 없어 음료수나 소주 등을 사다드렸다. 지금은 그 아저씨가 동네에서 저희 자랑을 가장 많이 해주시는 든든한 후견인이 되셨다.
2-3년간 소득활동 미흡에 대비해야
귀농하면 2-3년간 대부분 소득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고 귀농해야 한다.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없이도 2-3년간 생활 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귀농에 성공하리라 믿는다. 그런 대비가 없다면 고생을 많이 하거나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최소한의 투자(시설·상품생산)
귀농하면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시설이나 상품생산을 초창기에는 최소화해야 한다.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하면 편할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고, 만약에 실패하면 손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상황의 진척을 보면서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램
군 생활 31년을 하면서 앞만 보고 근무했고, 귀농해서도 정착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에 되돌아보면 옆과 뒤를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이제 욕심이 있다면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앞으로 우리 솔잎황토방된장의 명품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많은 고객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확실한 된장을 만들고 싶다. “정직한 사람은 위대하다”가 우리집 가훈입니다. 정직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제 글이 귀농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