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도착한 편지
- 작성일
- 2025.12.31 15:39
- 등록자
- 박현화
- 조회수
- 442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은 이번 소장품전을 통해 그동안 수집해 온 작품들을 다시 꺼내어 살피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오랜 시간을 수장고의 고요 속에서 보내던 작품들은 전시장에 나와 비로소 관람객과 소통하며 그 가치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미술관 소장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즐기며, 오승우 화백의 예술 세계는 물론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까지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2026년 1월 기준,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은 총 526점에 이르며 이 중 오승우 화백의 작품이 178점, 박광진 화백의 작품이 200점, 그리고 기증 및 구입을 통해 수집된 작품이 148점이다. 소장품 수집 절차는 작품 구입 공모와 기증 작품 심의위원회를 통해 작품 수집이 결정된다. 오승우 화백의 예술 정신을 중심으로 시작된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의 수집 체계는 시대의 변화와 실험적 움직임을 반영하며 확장되어 왔다. 동시대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현대미술 작품들과 작가 개인의 서사·지역의 기억을 담은 여러 작업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지니고 있으나, 함께 모여 미술관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형성한다.
작품 한 점이 미술관에 들어와 연구·보존·기록의 단계를 거쳐 소장품전의 형식으로 전시장에 이르기까지는 긴 시간과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마치 먼 시간을 돌아 우리에게 도착하는 한 통의 편지와도 같다. 작품은 미술관의 시간을 거치며 새로운 이야기와 해석을 지닌 채 현재의 관람자에게 도달한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이 품어 온 시간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과정이며, 각 작품은 저마다 다른 문장과 다른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결국 모두 ‘지금의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번 전시 〈뒤늦게 도착한 편지〉가 관람객에게는 잊혀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편지가 되고, 미술관에게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장을 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서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때로는 개인적인 기억처럼 다가오고, 때로는 지역의 시간과 맞닿아 있으며, 때로는 시대의 변화를 대변하는 기록처럼 읽힌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서로 얽히고 겹치며 하나의 큰 풍경을 이루는 순간, 관람객은 ‘소장품’이라는 표현을 넘어 예술이 축적해온 시간 자체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보영 (무안군오승우미술관 학예연구사)
금민정 Guem, Min-jeong

금민정, 화.전.림, 싱글채널, 컬러, 사운드, 가변설치, 7분42초, 2017
<화.전.림.>은 싱글채널 비디오-설치 작품으로, 본 작품은 화전민 집촌이 복원되어 있는 가평의 잣나무 숲을 찾아가 촬영하여 제작한 영상이다. 숲에 불을 지피고 그 거름과 영양분으로 토양을 가꾸어 4, 5년간 같은 장소에서 농사를 짓다가 또 다른 숲으로 이동하여 삶을 살았던
화전민들은 전국적으로 산촌지대를 돌아다니며 밭을 만들고 경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울창한 숲에서의 그의 유적, 그 공간에는 그들의 삶이 투영되어 다시금 숲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나는 공간의 곳곳에 투영된 그들의 흔적을 거슬러 다시 그 장소에 옛 존재의 흐름을 되짚어 새로운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여기에는 공간의 기억 요소(옛 사람들의 노랫소리, 현재의 이 공간에 부는 바람소리, 기억의 소리 등)를 주파수로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현재 내 앞의 나무의 움직임에 연동하는 기술을 사용하였다.
김범수 Kim, Bum-su

김범수, HIDDEN EMOTION(숨겨진 감성), 45x90x10cm, 2018
나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역사와 배경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정지된 상태에서 필름으로 존재한다. 35mm, 16mm, 8mm 필름 속 각각의 집약된 기억들은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통하여 새로운 미적 언어로 확장된다. 이렇게 긴밀한 교감을 거쳐 조형적으로 재구성된 미적 언어는 색다른 경험이자, 또 다른 영역으로 존재하게 된다.
한국의 전통 조각보, 고궁의 단청에서 이미지와 영감을 차용했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대칭적 패턴과 격자 문양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완성되었다. 아크릴 구조판 위에 순서대로 붙인 영화 필름의 각 프레임은 미세한 움직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조명을 장착한 작품 제작으로 유기적 변화된 형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좁히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이미 사용되었거나 용도 폐기된 버려진 필름을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기억된 영화 속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패턴화 시켰다.
김호원 Kim, Ho-won

김호원, 겨울태우기, Oil on Canvas, 72.7x116.5cm, 2014
김호원 작가의 그림 속에는 원초적 감성의 원형이 숨어있다. 오랜 세월을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살아온 이들의 감성과 그 상상력이 내밀하고 애잔하게 남도가락 같은 선율로 그려지고 있다.
<겨울 태우기>의 계절의 공간은 추수한 뒤 끝의 논두렁과 밭두렁, 길 옆 잡풀의 잔해와 억새가 무성한, 한마디로 썰렁한 늦가을이나 겨울 풍경이다. 그리고 주된 색조는 겨울해의 잔광이 빛나는 노란색, 일몰한 노을빛으로 일관한다. 대상의 자연물은 갈색이거나 침침한 암색으로
대비적 효과를 높이면서 그 안의 인간은 귀가하는 농부, 해녀, 노동자들 모습이다. 거기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의 분위기가 배어있다. 그의 그림은 한마디로 고적함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고 사색으로 잠겨드는 것을 종용하고 있으며 자연과의 대화, 그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다.
박인선 Park, In-seon

박인선, 응집, 그리고 이완, mixture, 160x130cm, 2018
작가는 무안의 지형적 특성이 가져다주는 유기적인 곡선의 흐름과 색감을 자신의 작품에 투영해 본다. 부식되어가는 콘크리트 틈 사이사이 조금씩 자라나는 식물들과 그늘진 바닥 구석구석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이끼를 보고 있자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바쁜 움직임이 안쓰럽고 대견한 마음마저 든다. 어쩌면, 우리네 사는 모습과도 맞닿아 있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응집하고 해체되기를 반복하는 도시, 그리고 자연은 서로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어 나아간다. 때로는 빠르게, 또 때로는 느리게, 상처받고 치유해가는 생과 사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박일정 Park, Il-jeung

박일정, 인디언밥풀, 점토소성, 나무, 90x182x15cm, 2018
<인디언밥풀>은 인디언 추장의 형상을 표현한 것으로 며느리 밥풀꽃에서 밥풀이 나와 인디언 밥풀이 되는 과정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평등성과 영적인 생명력이 어우러져 자연의 에너지를 응집하고 발산하는 운동성을 표현하고, 풀, 나무, 별, 사람 등이 함께 연출되어 마치 성상을 연상시킨다.
이예린 Lee, Ye-leen

이예린, NYC11 #04 Crysler Building, C-Print, 101x71cm, 2011
나는 실재하는 세상과 실재하는 듯 보이는 허구적 요소 사이에 작업의 주제를 두고 있다. 작품의 대상은 공간과 시간적인 것으로 나뉜다. 그리하여 작품 이미지들은 빗물 풍경(공간)이나 사운드/음악적 기호(시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상의 공간, 흘러가는 시간의 당연한 진리에 작은 제스처를 취해서 삶에서 사라지는 모습, 지나치게 되는 순간을 단지 시점의 차이로 마술처럼, 깃털처럼 요긴한 터치로, 일상을 환상(fantasy)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임현채 Lim, Hyun-chae

임현채, 시간2(Time 2), 장지위에 연필, 아크릴과슈, 193.9x150cm, 2019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작품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 작품의 시초가 된 드로잉은 집안의 풍경과 사물을 관찰하고 채집하듯이 시작되었다. 방바닥에 흐트러진 머리카락, 설거지 더미, 장난감 산, 매일 나오는 빨래더미,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기에 새로움은 없다. 하지만 나의 상황과 시선은 집안의 작은 풍경과 사물들조차 작품의 소재가 될만한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시선의 움직임을 확장하여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불안하게 집적(集積)되어 있는 형태로 나타낸다. 내 화면의 사물들은 균형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불안정한 현실과 막연한 미래에 대한 심리를 사물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정승원 Jung, Seung-won

정승원, Freimaak, 실크스크린, 186x100cm, 2018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운 기억들에 관한 내용을 판화 기법을 활용하여 작업해왔다. 특유의 밝은 색채와 표현을 통하여 우리 삶 속에 즐거움과 희망, 사랑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있던 소소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순간의 이미지들을 배치하고 모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지친 마음을 치유하며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선물이 되길 바란다.<프라이막(Freimaak)>은 브레멘에서 시작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그림 속에는 밝은 얼굴의 북적이는 많은 사람들과 건물들, 폭죽 등으로 화려하게 표현하여 일상 속 곳곳에 즐거움이나 희망,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조현택 Cho, Hyun-taek

조현택, 빈방56번방-함평군 월야면 백야리 511, inkjet print, 83x123cm, 2015
"빈방-Vacant Room" 시리즈는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인 작업으로, 전남 나주, 함평, 광주 등 도시재생과 산업화 용지 구축을 위하여 철거가 예정된 빈집의 방들을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로 만들어 작은 구멍을 통해 방 안에 비친 창밖, 마당의 모습과 방안을 함께 촬영한 것이다. 집에 살던 사람들은 이미 떠났지만, 그들이 살았을 적 보았을 마당풍경과 창밖 풍경을 들여와 마지막일지 모를 순간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박상화 Park, Sang-hwa

박상화, 무등판타지아-사유의가상정원, 단채널 비디오설치 수제메시스크린, 800x430x400cm, 2017
<무등판타지아>는 사유의 가상정원으로 혼재된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하는 무등산 사계절의 모습들과 자연에 적응하며 동화해가는 인생의 여정, 기억과 경험, 지역의 장소와 역사들이 연결되고 혼합되어진 현대판 무릉도원을 반영하고 있다.
무등산을 오르내리며 채집한 이미지들을 예술적 상상을 통해서 재구성하여 익숙함과 낯설음이 공존하고, 서정적이면서 몽환적인 시적 환영을 만들어낸다. 현실의 시공간과 맞닿은 경계지점에서 인간 심연의 감성, 꿈, 상상들을 자극하고 내면의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가 된다.
구본아 Koo, Bon-a

구본아, 면벽, Face to the wall, 한지꼴라쥬 위에 먹과 채색, 금분, 은분, 130.5x162cm, 2016
폐허는 과거의 유물이면서도 미래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즉 폐허의 이미지는 미완과 붕괴라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어 세상의 모든 사물이 갖는 현실성을 부정하고 있다. 폐허의 과정은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의 대비이자 문명이라는 전통적인 대립개념을 화해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폐허가 되어가는 낡은 건축물은 사물이 자연화되는 단계로 인간과 삶, 인간과 도시공간과의 긴장관계가 허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의 작업에서 돌, 벽들은 그 자체가 갖는 조형성과 함께 거기에 나타난 여러 흔적과 형상들, 그리고 주변의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를 통하여 나의 경험을 고양시키는 대상이라는 쪽에 더 가깝다. 돌은 죽은 물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으로 종교전통에서 면벽(面壁)의 명상수행처럼 실재에 대한 직접적인 직관으로 안내한다. 즉 돌, 벽 자체라는 물체는 유기적인 무한의 공간이며 나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나는 작업을 통하여 그것이 나에게 말하고 있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언어를 표현하려 하였다.
김병종 KIm, Byung-jong

김병종, 화홍산수, 한지, 채색, 100x81cm, 2014
작가는 분홍색으로 산수를 그려 배경으로 하고 그 위에 노란색 점을 찍었는데, 이는 작가가 즐겨 다루는 송홧가루를 표현한 것이다.
화면 가운데에는 커다란 꽃 하나가 묘사되어 있는데, 김병종 작가는 전통적인 산수화와 화조화를 결합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꽃의 강렬한 붉은색을 통해 “생명의 발화”를 은유하고, 가운데에 꽃의 눈동자 혹은 심장을 의미하는 형상을 그려 “절정에 오른 생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박광진 Park, Kwang-jin

박광진, 백일홍, 60.6x50cm, 유화, 1978
박광진 화백의 정물화들을 보면 작가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나타난다. <백일홍>(1978)에서는 꽃송이들의 밝은 원색과 이를 받쳐주는 초록잎들의 대비에다 화병의 흰 색감이 생기를 돋우면서도 작은 꽃잎들이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붓질을 가벼이 하거나 형체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몰입도를 보여준다.
박수만 Park, Su-man

박수만, 무안미인도, 유화, 162x30cm, 2018
푸르디 푸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바다에 반사되고 넓은 들판은 양파의 줄기로 붉은 땅의 기운을 파랗게 물들인다. 한차씩 짝을 지어서 움직이는 차들은 구부러진 한적한 길가에 잠시 숨을 맡겨보고, 건너의 그늘 없는 밭에선 부단한 입담을 가진 몸빼 입은 아짐들의 손놀림이 빠르게 움직이며 지루한 고요를 밀어내고 있다. 무안의 숨소리가 자연스럽게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어느 고장이나 그렇지만 그 곳엔 푸근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아짐들의 수다는 그리움이 되고 사랑과 연민의 감정은 저 깊은 속으로 고스란히 통증으로 전해져 온다. 통증은 그 들의 삶이 되고 인생의 한쪽이 되어 그들의 얼굴에 새겨져 있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미인도가 될 것이다.
무안은 유난히 붉고 푸르고 검은 지역이다. 그러한 문화원류를 찾아서 무안의 깊은 그리움으로 들어가 본다.
서유라 Seo, Yu-ra

서유라, Classic books-Shakespeare, 캔버스에 유채, 97x162cm, 2019
이 작품은 빈티지 책. 오래된 캐릭터, 옛 물건들을 소재로 활용하여 과거의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Classic Books” 연작 중의 하나다. 캔버스 화면 전체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햄릿, 한 여름밤의 꿈, 오셀로,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셰익스피어의 초상이 펼쳐진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책들을 통해 과거의 시간, 경험의 지층, 기억을 이야기한다. 이 빈티지 책들과 배경의 모래시계는 현재적 지평에서 종합되어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다.
2019년 개인전에 발표한 작품들에는 유럽 여행 중 보고 느꼈던 장소와 인물, 명화에 대한 추억이 많이 녹아 있다. 파리에서 자주 들렸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 고서점.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 빈 미술관에서 만난 화가 벨라스케스와 클림트,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에서 만난 아몬드 나무 등이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손동현 Son, Dong-hyun

손동현, 피플 피플 (People People), 종이에 먹과 잉크 ink on paper, 194x130cm(212x130cm), 2019-2020
〈피플 피플〉은 ‘종이에 수묵’ 혹은 ‘紙本水墨’(지본수묵)이라는 재료/기법의 영문표기인 'Ink on Paper'를 제목으로 삼은 두 번째 개인전 《잉크 온 페이퍼 2》를 통해 발표한 작업이다. 이 전시를 통해, ‘잉크’의 의미를 확장하여 칼리그래픽 잉크와 아크릴릭 잉크를 사용해 재료의 범위를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표현의 영역을 확장한 작업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人(사람 인)이라는 문자를 변형/변주해 반추상 혹은 추상적 화면을 추구했던 20세기 대가들에 관한 작업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고암 이응노와 산정 서세옥이 人을 쓰고 그렸던 방법들을 모아 한 사람의 모습으로 재구성했고, 여백이 있어야 할 부분에 먹과 잉크를 섞어 거친 붓질로 채워 넣었다.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려 했던 앞선 세대의 시도를 존중하는 자세로 차용하면서, 동시에 오늘의 입장에서 수묵추상과 화법/필법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오병욱 Oh, Beung-ouk

오병욱, 겨울꽃밭 1, 2, 유화, 130x62cm, 2015
작가는 6개월간의 영국 생활 중 픽쳐레스크한 자연적인 정원에 매료된다.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일 년 동안 작업실 뜰에 정원을 가꾸었다. 보라색 흰색 조합, 노란색 빨간색 조합 등으로 색채조화를 맞추었다. 겨울 꽃밭은 지난 계절의 흔적들을 품으며, 마르고 바랜 화훼들 속에서 겨울을 견디며 녹색을 피워 올리는 식물도 있다. 작가는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는 정원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영상으로,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 사진과 영상들을 종합해서 그의 특유의 거칠고 활달한 필치로 또 하나의 ‘겨울 꽃밭’이 작품으로 창조된다.
유혜경 Yu, Hae-kyung

유혜경,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 장지에 채색, 100x72.7cm, 2021
이 작품은 주자(朱熹)의 자취가 서린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절경을 관념산수로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암벽등반을 즐기거나 쉬고 있는 사람들과 나에게 원초적 뮤즈(Muse)로 작동하는 도상인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제강(帝江)과 인어 아저씨인 저인(邸人)이 고대 산수 속 현대적 공간에 등장하여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노닐고 있다. 내게 있어 자연이란 초탈해야 할 대상으로서 속세에 대한 대척적 개념물이 아니라 유(遊)의 공간이다. 이것은 세속과 분리된 은거의 공간도 아니고, 수양을 위한 사유의 공간도 아닌 오로지 오락적인 공간이다. 이는 ‘소요’를 위한 행위방식으로 자발적이며 즐거운 현실적 가상경험에의 몰입 활동의 장으로써, 일탈을 희구하는 모두의 욕망이 담긴 헤테로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이인성 Lee, In-sung

이인성, 여름날의 수확, Acrylic on canvas, 162x130.3cm, 2020
나의 작업은 나와 주변을 통한 삶의 인상들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화면에 나타난 인물과 장면들은 삶의 이미지들을 나타내며 각 장면들에서 '나'라는 삶의 무대의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더불어 필요에 따라 화면에 등장시키는 '주황색 점'은 장면들과 관계 맺어 의미들을 담기게 하는 일종의 비어 있는 기표이며 관객의 주관, 혹은 상상력에 의해 해석되어지길 원한다.
<여름날의 수확>은 까맣게 그을린 소년이 배경으로 보이는 바다속에서 방금 땅위로 올라온듯한 장면으로써 건져올린 그물안에는 수확물인 삶의 의미들이 담겨 있다. 자전적 요소와 함께 오늘날 다양한 삶의 가치를 향해 살아가는 실존들에 대한 이야기와 주황색 점에 투영될 각각의 의미로 보는 사람들의 삶의 장면이 담겨지길 원한다.
임남진 Lim, Nam-jin

임남진, Still life_연서(戀書), 한지 위에 채색, 100x100cm, 2022
연서(戀書) 연작들은 궁극의 대상으로 숱한 삶의 사연들을 형상화하고 귀결해나가는 존재이다. 들춰내지 않았던 이야기들과 일부러 숨겨둔 이야기, 끝내 꺼내지 못한 사연들 모두 꾹꾹 눌러 접은 쪽지에 담았다. 작은 쪽지는 시간을 삭혀 연서(戀書)가 되었다. 시대의 자화상에서 삶의 자화상으로 시선이 확장되어갔듯 작은 쪽지는 삶의 연서(戀書)가 되어 저마다의 삶의 사연을 끌어안고 싶었다. 시간이 쌓이고 가치관이 변화하고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대두되는 가운데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더없이 소중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게 하고, 시간에 항거하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한 뼘 고개를 들어 땅 위의 순리를 껴안으며, 무한히 담아낼 순리의 씨앗들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전현숙 Jeon, Hyun-sook

전현숙, 그 남자, 캔버스에 아크릴, 163x112cm, 2011
등장인물이 개별적으로 하나의 화면에 등장하는 점은 최근에 전현숙 작품이 보여주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살아내기와 버텨내기, 변신하기를 반복하며 이제는 탈모와 불룩 나온 배를 가진 한 남자가 검은 우주 공간에 떠 있다. 어깨의 용 문신과 슈퍼맨 복장은 사회적으로 지위를
잃고 몸은 늙어가지만 아직도 스스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은 중년 남성의 슬픈 비애를 나타낸다. 손에 쥐고 있는 여의주는 깊어지는 고뇌와 커져가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잃지 않는 희망과 꿈을 상징한다. 작가는 사회적 상황들과 우울한 소재들을 자신만의 위트 넘치는 소품들과 소재들을 사용하여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하루.K Haru.K

하루.k, 편집된산수-무안, 한지에수묵채색, 130x160cm, 2018
내가 작업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여행을 통해 대상을 스케치하고, 장소의 흔적과 기억을 편집하여 시각화시킨다. <편집된 산수> 연작은 실재하는 자연에서 스케치한 풍경의 일부를 나들이를 위한 도시락에 담겨진 자연과 거기서 유희를 즐기는 현대인을 그린 도시락 시리즈로 나타낸 것이다. 스케치한 자연이 화면에서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순간 자연은 하나의 사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처음 관찰한 자연의 형태는 변화되어 경험과 감정의 자연이 존재한다. 즉 수집과 편집으로 변화된 개인만의 산수화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SNS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다. 유희적 대상의 노출과 공유를 통한 재생산 과정에서 실재는 변하고 또 다른 실재로 바뀌게 된다.

뒤늦게 도착한 편지
전시기간: 2026. 01. 03.(토) ~ 2026. 04. 05.(일)
운영시간: 9:00 ~ 17:30(매주 월요일 휴무)
구본아, 금민정, 김범수, 김병종, 김호원,
박광진, 박상화, 박수만, 박인선, 박일정,
서유라, 손동현, 오병욱, 유혜경, 이예린,
이인성, 임남진, 임현채, 전현숙, 정승원,
조현택, 하루.k
